슈퍼컴퓨터 만난 영화, ‘CG가 살아 있네’

“문제는 털이었습니다, 털.”

이윤석 덱스터디지털 이사는 오는 7월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미스터고’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작업 중 하나로 고릴라 ‘링링’의 털을 표현하는 일을 꼽았다. 평균 80만개가 넘는 주인공의 털을 컴퓨터 그래픽(CG)으로 표현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미스터고’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15살 소녀의 얘기를 다룬 영화다. 영화 전반에 걸쳐 고릴라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덱스터디지털은 주인공을 포함해 영화 전체 분량의 90%를 CG로 작업했다. 이를 위해 국내 자체 기술로 동물의 털을 구현하는 디지털 펄(Fur) 제작 프로그램 ‘질로스(Zelos)’를 아시아 최초로 개발해 영화에 적용했다. 1천여장이 넘는 장면 중 CG가 아닌 고릴라 모형으로 표현한 건 딱 2장면 뿐이다.

이윤석 이사는 “이같은 CG 작업을 진행하려면 엄청난 컴퓨팅 기술이 필요하다”라며 “슈퍼컴퓨터 기반의 렌더링 기술이 없었으면 이토록 단시간에 영화를 제작해 상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미스터고’ 제작사인 덱스터디지털과 렌더링 작업을 도와준 인텔코리아, LG엔시스. 왼쪽부터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 이윤석 덱스터디지털 이사, 김도현 LG엔시스 대표이사

렌더링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2차원의 그림에 빛, 그림자, 배경, 조명, 주변 물체와의 거리와 같은 정보를 계산해 3차원 화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프로그래밍에서 코드를 짜고 실행하기 위해선 컴파일링과 빌딩 과정이 필요하듯, 영화를 제작하려면 평면 그림을 입체적으로 바꾸는 렌더링 작업이 필요하다.

‘미스터고’와 같은 CG 영화에선 렌더링 작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주인공 고릴라 외에도 야구 경기장 모습, 야구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군중들을 표현하려면 CG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CG 작업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렌더링이기 때문이다

덱스터디지털은 인텔코리아와 LG엔시스의 도움을 받아 이번 영화에 필요한 렌더링 작업을 완료했다. 덱스터디지털은 인텔 E5 프로세서 5천코어로 구성된 LG엔시스 스마트렌더 서비스와 1600코어로 구성된 덱스터디지털 자체 장비를 사용했다. 시스코의 UCS 서버 200여대와 VM웨어의 가상화 솔루션을 활용해 렌더링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였다.

이윤석 이사 설명에 따르면, 실사를 보는 듯한 자연스러운 CG 기술을 구현하려면 복잡한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털이 바람에 움직이는 모양, 털과 물이 만나면서 변하는 모든 과정을 수학 계산으로 만들어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시간에 더 빠른 계산을 해낼 수 있는 슈퍼컴퓨터일수록 더 효율적으로 렌더링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번 ‘미스터고’ 영화 렌더링 작업에 들어간 시간은 총 5개월이다. 같은 작업을 만약 쿼드코어 기반 PC를 병렬로 연결해 렌더링 작업을 했다면 약 400년이 걸린다고 제작사 쪽은 밝혔다.

이윤석 이사는 “군중, 털, 물, 불은 가장 고난이도 CG 작업으로 국내 많은 렌더링 제공 업체가 있지만, 고성능 프로세서를 활용해 렌더링을 제공하는 곳은 거의 없다”라며 “앞으로도 인텔코리와 LG엔시스의 클라우드 렌더링 서비스인 ‘스마트렌더’를 적극 활용해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은 “예술가들의 창의력 구현이 컴퓨팅 파워에 의해 제한돼 왔다”라며 “앞으로 국내 영상 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강력한 컴퓨팅 파워와 기반 기술 제공을 통한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털은 이번 ‘미스터고’ 사례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덱스터디지털과 협력할 계획이다. 인텔 제온과 인텔 제온 파이 코프로세서 기반의 병렬 고도화를 통해 렌더링 시간을 더욱 단축시킬 수 있게 돕는다는 방침이다.